다시 피어나는 것들에 대하여 – 생명과 시간의 순환 속에서



기획  김윤진 Didi Kim


지지리도 길던 겨울이 지나고, 마냥 봄 같지 않던 쌀쌀한 바람마저 사르르 물러간다.
미련을 머금은 해는 그림자를 붙잡고 늘어지고, 굳게 닫혀 있던 땅의 틈새로 어느새 초록이 얼굴을 내민다.
방치되었던 아스팔트 틈을 비집고 솟아오른 나무의 손끝엔 이슬 같은 몽우리가 맺히고,
기지개처럼 느릿하게, 그러나 반드시 다가오는 봄이 우리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이 깃들어 있다.
잎이 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시간들 너머에도, 뿌리는 제자리를 지키며 깊어져 간다.
겉으로는 멈춘 듯 보여도 생명은 여전히 자라고,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한다.

호크마 김은 나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나무는 어린 싹이기도 하고, 오래된 울창한 생명이기도 하다.
가족이고, 친구이며, 어떤 존재의 윤곽 같기도 하다.
굽이진 가지마다 흐른 시간이 스며 있고, 그림 속 형상은 익숙한 감정이나 막 지나온 순간과 마주하게 한다.
특정한 이야기를 담고 있진 않지만, 조용히 기억의 틈을 더듬게 한다.

작가의 나무들은 때로 구겨진 표면 위에 자리 잡는다.
크랙이 생긴 장지 위에 심어진 나무는 완벽하지 않은 땅에서 자라나는 존재가 지닌 아름다움과 회복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이따금 그 곁에는 그림자도 함께한다.
빛이 있어야만 보이는 이 미묘한 흔적은, 나무가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음을 조용히 증명한다.

그의 초록은 단순한 색이 아닌 생명의 징후다.
단정한 형상 속에도 크고 작은 생의 움직임이 숨어 있다.
유년의 한 장면, 관계의 결, 혹은 말없이 이어져 온 감정 같은 것들이 어느 가지에 걸려 있는 듯하다.

전시가 열리는 ‘뿌리’는 흙 위에 선 공간이다.
시간이 쌓인 도시의 풍경 속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틈 같은 곳,
뿌리와 흙으로부터 싹이 트는 이곳은 보이지 않는 깊은 것들이 다시 몸을 틔울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려준다.

빠르게 흐르는 일상의 결을 벗어나, 작가의 나무 앞에 선 우리는 삶의 본질적인 구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시멘트 아래에도 여전히 숨 쉬는 흙이 있듯, 우리 안의 생명 또한 그 흐름을 멈춘 적이 없다.

함께 모인 나무들은 제각기 다른 모양과 방향으로 자라난다.
비슷하지 않아도 괜찮고, 똑같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 다름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하나의 숲을 이룬다.
작품과 공간, 그 사이에서 우리는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이 숲을 완성한다.

‘Eternal Spring – 온새미로’는 언제나 제 모습대로 피어나는 생명의 신비이다.
‘온새미로’—자연 그대로, 있는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그 말 속에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흐름 속에서 단단해지는 삶의 태도가 깃들어 있다.

삶은 계절을 타고 흐른다. 봄은 매번 새롭지만,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작품과 공간, 그리고 당신이 함께 이뤄내는 이 숲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고, 다시금 피어날 준비를 한다.

손발을 툭툭 털고 긴장을 풀자.
영원한 봄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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