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 Editing》
2023.3.28-4.15, 앱앤플로우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46길 30, 지하 1층)
박주희 (기획, 서문 작성)
자오펑, 호크마 김
《Natural Editing》은 중의적 의미를 담은 제목입니다. 자연이라는 대상과 자연스럽다는 상태를 ‘편집’이라는 행위와 함께 생각해 보는 것을 제안합니다. 자오펑(赵鹏)과 호크마 김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재구성(편집)하며 의미를 찾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합니다.
동양화에서 산수는 오래전부터 자연의 외형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과 정서를 담아냈습니다. 『중국회화이론사』곽희(郭熙 , 1023~1085)의 산수화론 중 산수를 관찰하는 방법과 태도에 관하여 “기(氣)와 질(質)이 모두 성(盛)해야 하니, 단지 자연물의 형[氣]만 표현해서는 아니 되고 신[質]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1]자연은 작가가 바라보는 외적 형상인 동시에 작가에게 다가와 내면의 사유와 태도를 일으키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을 그리는 것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발견한 의미와 정신을 화면 위에 다시 구성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자오펑은 산수, 인물, 문자적 은유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구성합니다. 호크마 김은 한지와 장지, 광목천 위에 분채, 피그먼트 컬러, 오일스틱 등을 사용하며 나무의 움직임과 정서를 색으로 옮깁니다. 자오펑은 중국화를, 호크마 김은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입니다. 두 사람은 동양화라는 넓은 범주 안에 함께 놓이지만, 중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작업해 왔습니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형상을 발견하고 다시 배열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 안에서 생겨나는 정서를 화면 위에 구성합니다. 구체적으로 영감의 원천혹은 소재로서 자연을 종이, 캔버스와 비단 위에 그려냅니다. 편집을 수정과 재구성으로, 색, 화면, 도상, 구성 등을 찾아내는 행위라고 본다면 이러한 편집 행위는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Natural Editing》은 작가가 흔적을 모아내고 편집해 낸 행위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편집하여 의미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우리에게 자주 낯섦과 새로운 감각을 전해줍니다. 동일한 촬영본을 두고도 편집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작가는 도처에 산재한 영감의 요소를 발견하고 근처에 있는 익숙함을 붙여내고 떼어 내고를 반복하며 작품이 천천히 변주되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자오펑은 자연과 그 안의 인간을 그립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엔 필연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존재하지만, 그 중 공간과 시간은 서로 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필연적이지만 맞닿을 수 없는 관계를 그는 인물과 자연을 통해 포착하고 조합합니다. 실루엣을 그리나 정확하고 세밀한 표현을 하여 대조되는 작업 방식에서 오는 미묘한 지점 그 자체가 작가만의 형식이 됩니다. 이번 출품작은 〈풍월무변 ‘충이’〉시리즈입니다. ‘충이’(䖝二)는 ‘風月’(풍월)의 외곽을 떼어내어 ’충이’(䖝二)만 남게 된 일종의 말장난입니다. 성어를 은유적인 수수께끼같이 풀어냄은 그의 작품처럼 비유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나타냄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풍월무변(風月無邊)은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모양’ 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뜻과 같이 그는 인물과 자연의 실루엣을 중첩하며 무한한 공간을 확장함과 동시에 인간이 속한 자연을 그립니다. 주목할 점은 작가가 공간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지점입니다. 〈풍월무변 ‘충이’〉시리즈는 화면 속 공간을 어떻게 해석할지 고민한 태도가 반영된 작업입니다. 그는 그림 속의 그림이라는 개념을 시도하였고, 개체를 그림자에 투영하여 공간을 잘라내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임풍〉(临风)은 여성 실루엣 위에 단순화된 대나무 윤곽을 그려냅니다. 대나무 실루엣 안에 또 다른 대나무의 그림자를 그려내며 화면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음영 없이 표현되어〈 임풍 〉(临风)은 그림자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작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그는 회화 속 공간을 그림자로 치환하고 배열하며 편집하기를 시도하였습니다.
호크마김은 자연에서 위안을 얻으며, 그 자연을 자신이 투영된 동질적 존재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여행을 가서 마주한 나무부터 우연히 눈에 들어온 가로수까지 애정과 생의 의지로 자연을 이해합니다. ‘문득’이라는 표현으로 우리는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 사건도, 아무 관계도 아니었던 것으로부터 ‘문득’ 특별해진 경험을 그는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에선 〈tree dances to me in love〉 시리즈 중 버드나무 작품을 소개합니다. 똑같은 자리에 있는 버드나무가 그의 상태와 주변 환경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특별하게 여겨졌고, 그는 버드나무에 관심을 주고 애틋함을 나누었습니다. 〈The willow dancing with his shoulder down〉 잠원한강공원에서 마주한 버드나무의 움직임을 마치 사람이 어깨를 땅으로 내려 팔을 흔들며 춤을 추듯이 보여 그 움직임을 떠올리며 선을 그린 작품입니다. 〈Willow hugs tree〉는 버드나무가 나무를 품은 작품으로, 버드나무가 배경이 되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배경은 보통 전경을 돋보이게 하는 자리로 읽히지만, 이 작품에서 나무와 나무는 서로를 감싸며 하나의 장면을 이룹니다. 그 모습은 포옹이나 돌봄에 가까운 정서를 불러옵니다. 호크마와 대화하며 작업을 위한 작업이 아닌 삶의 일부로 나무를 관찰하고 의지하며 작업을 한다고 느꼈습니다. 호크마는 자연의 일부인 나무를 관찰하고 그 형태와 움직임을 수집하며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을 편집해 화면에 옮깁니다.
이따금 예술이 늘 새로워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그런데 새로움은 본래의 것에서도 찾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Natural Editing》은 본래의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토록 할 것입니다. 새로움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지금, ‘편집’의 개념은 넘치거나 놓치는 것이 많을 우리에게 그 안의 새로움을 발견토록 하고 창의적인 시선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참여 작가는 시각적인 것에 주목하고 편집해 내는 활동을 통해 삶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이들입니다. 2차원 공간을 실루엣으로 편집하는 자오펑, 자연 속에서 의미를 편집하는 호크마 김의 작품을 보며 ‘자연’, ‘자연스러움’ 그리고 ‘편집’의 의미를 되새기고 새로움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1] 갈로, 『중국회화이론사』, 강관식 번역, (돌배게, 2010),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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