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pen studios 
Korean Painting x Studies visual art
동양화x 예술학 비평글 매칭 프로젝트
호크마김 x 맹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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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크마김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연을 닮은 질감과 색채를 구현해 낸다. 평면 화면 위에 자연물의 도상들이 조화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함으로써, 그가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고 시각 이미지로 구현해낸다.

나무는 햇빛이 드는 곳을 찾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인접해 있는 나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지를 뻗는다. 서로의 광합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이러한 나무의 성장 방식에서 개체 간에 유지할 수 있는 건강한 거리 두기의 유형을 발견한다. 일정한 거리를 두더라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고 본 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도, 나무와 사람 사이에서도, 나아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호크마김은 나무와 면대 면의 교감을 느낀다. 바람에 맞추어 몸을 흔드는 나무로부터 생명력을 전해 받는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한 나무가 몸을 틀기 시작하면, 주변 나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따라 방향을 맞춰 춤을 춘다. 하나가 된 듯 서로에게 몸을 맡기는 나무의 군집 사이에 서 있는 작가 역시 그들 안에 속한 듯, 움직이는 자신의 몸과 그 안을 채우는 숨을 느끼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작가가 감각하고 온 풍경은 그의 머릿속에서만 선명하며, 발로 딛고 있는 이 세상과 유리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이들에게 온전하게 전해질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도상들의 출처가 작가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인지, 발로 딛고 있는 현실 세상인지 분명하게 인지하기 어려워진다.

작품에 사용되는 아크릴 물감이 종이에 안착하여 수채 물감이 스며드는 것을 가로막는 것처럼, 재료의 성질 상 종이 위에서 겉도는 안료들이 두 개의 세상이 섞이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한다.

그러나 ‘조화’를 위한 작가의 고민은 종이 위로 쌓인 안료의 레이어만큼 거듭된다. 고민의 끝에 안료가 중첩되는 순서, 이미 깔려진 레이어가 비쳐 보이는 정도를 섬세하게 조절한다. 가로막힌 재료들끼리 서로를 밀어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섞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중첩됨으로써 화면 위에 오묘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작가는 이 점을 활용해 착실하게 원하는 모양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우리는 결과적으로 화면에 구현되는 이미지만을 볼 수 있지만, 그 이미지를 지탱하게 만들어 준 작가의 수많은 손길은 상상할 수 있다. 작가가 보고 온 그 장소는 어땠는지, 그 장소에 존재하는 것들은 그 장소를 어떻게 느끼는지, 내가 그 장소를 찾아간다면 무엇을 경험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작가가 ‘살고 싶은 세상’을 구현함으로써 보고자 하는 것은 ‘조화’라는 형태의 사랑이다. 사랑하기 가장 쉬운 것은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 것. 두 눈으로 담고 담고 담았다는 사실은 말로 한들 전달하기 어렵지만, 작가가 손으로 닳고 닳고 닳도록 만져댄 흔적은 사랑의 증거로서 대신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살고 싶은 세상의 단면으로서 기능하는 회화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지금, 곁에 있는 서로에게 말로 전하지 않더라도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자연 속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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